최악으로 치닫는 LG화학 vs SK이노 배터리 분쟁, 지금까지의 흐름 정리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분쟁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분쟁은 지난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 가 핵심 기술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걸면서 시작되었습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인사담당 직원을 비롯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까지 형사고발하면서 '영업비밀 침해·특허 침해'를 놓고 공방을 거듭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7일에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유출 혐의를 놓고 LG화학과 국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에서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나섰다고 합니다.

지난 5월 LG화학이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양사 CEO가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회동한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것이라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전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회동에서 입장차만 확인했으나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향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양사 CEO가 회동한 지 하루 만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사실상 타협을 통한 모색은 물건너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 되었네요.

SK이노베이션은 이날도 입장문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고, 그 의지는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며 “지난 16일 양사 CEO 간의 대화도 그런 취지에서 진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LG화학으로부터 피소를 당한 직후부터 줄기차게 밝힌 가장 큰 대응 원칙은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네요.

 

>>
SK이노베이션은 또 ‘인력 빼가기’에 대해서는 “일부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게 사실이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워낙 지원자가 많았을 뿐 특정 인력을 겨냥해서 채용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LG화학에서는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까지 고발 대상에 올리다보니 자연스레 기업이 아닌 개인까지 고발 대상에 올려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오늘 압수수색은 경찰에서 경쟁사의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인력 유출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탈취하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여러 건 확인됐다면서 “선도업체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벌이며 공정시장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비난까지 했네요. 

이어 “경쟁사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우리 회사의 2차전지 관련 국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정도면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넌게 확실해 보입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으나, 대화가 됐건 소송이 됐건 사태가 장기전 기류로 흐를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